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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환경규제]② 한국, 선박평형수처리장치시장 1위...
등록일
2017-10-31
조회수
3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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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unBiz

 

세계 3대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업체 테크로스의 박규원 대표는 “너도나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세계 무려 70개 이상의 기업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만들고 있다”며 “규제 기한이 연기된 만큼 못버티는 기업은 사라져 결국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과실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조선·해양 산업전(코마린 2017)’에서 만난 박 대표는 기존 선박에 대한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가 2년 연기된 것에 대해 기자재업체 입장에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IMO는 지난 9월 8일 새로 건조되는 국제 항해용 선박에 대해 평형수처리장치를 달도록 하는 환경규제를 발표했다. 다만 IMO는 기존에 운항 중인 선박에 대해서는 설치 기한을 2022년 9월 8일에서 2024년 9월 8일로 2년 연기했다. 올해부터 특수를 기대했던 평형수처리장치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특수 시기가 늦춰진 셈이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무게 중심을 낮춰 균형을 잡기 위해 탱크에 담는 바닷물이다. 평형수처리장치는 필터와 같은 장치로 평형수내 미생물 등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살균 역할을 한다. 평형수 처리 방식으로는 크게 전기분해, 오존분사, 자외선투사(UV), 화학약품처리 방식이 있다. 운항 선박의 정기 검사(IOPP·국제 기름 오염 방지 검사) 주기가 5년인 점을 감안하면 2019년 9월 8일 이후 2024년 9월8일까지 현재 운항 중인 국제 선박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부산 강서구 테크로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평형수 소독 장치의 수압을 테스트하고 있다./김종호 기자
◆ 기존 선박 규제 연기에 기자재 업체 특수도 지연...5년간 특수 40조~55조원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설비 비용은 선박 규모와 살균처리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억원 정도며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같은 큰 배는 7억~8억원 수준이다. 평형수처리장치 업체로선 기존 운항 선박이면 반드시 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2019년 9월8일부터 2024년 9월8일까지 5년이 특수 기간이다. 국제 항해에서 운항 중인 선박은 5만여척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기존 운항 선박의 5년간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시장 규모를 50조원으로 추정했다. IBK경제연구소는 55조5000억원으로 봤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 관련 기존 운항 선박 48조, 신규 선박 1조1000억원의 시장이 창출되고 장치 유지보수 부문에서 연간 3000억~5000억원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계산했다. 해양수산부는 5년간 관련 시장 규모를 40조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선박평형수처리장치업계는 기존 선박에 대한 규제 연기로 타격을 받았다. 테크로스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매출의 70%인 500억원으로 내려잡았다. 기존 선박에 대한 규제 연기가 발표된 이후 테크로스의 기존 계약 선주 중 60%가 설치 연기를 요청했다. 테크로스와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견주는 파나시아도 올 상반기 중 국내에서 수주한 110건 중 10건에 대해 설치 연기 요청을 받았다.

국내의 한 업체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사업을 접었다. 업계에서는 다수의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업체들이 올해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 해운업체 관계자는 “선주 입장에서는 거액의 설비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관리도 받을 수 있을 경쟁력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IMO(국제해사기구) 회의 모습/한국해사안전국제협력센터

◆ 한국, 평형수처리장치시장 1위…”노르웨이 중국 등 추격 만만치 않아”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선박평형수처리장치 누적 수주 건수는 8974건이고, 이중 51%인 4625건이 납품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세계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세계 평형수처리장치 1위 국가다. 그 뒤를 노르웨이, 중국, 스웨덴, 일본, 미국이 쫓고 있다. 지난해 기준 IMO가 승인한 41개 평형수처리장치 중 39%인 16개가 국내 업체에서 제작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일본이 9개, 독일 6개, 노르웨이 3개, 중국업체가 2개 순이었다. 국내 선박평형처리장치 업체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전세계에서 발주된 처리장치 4조230억원 중 45.7%인 1조8396억원을 수주했다.

하지만 한국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기업의 수주액은 2014년 3809억원에서 2015년 2882억원으로 감소하면서 50% 점유율을 지키지 못했다. 코트라는 "국내 업체들의 주요 경쟁사는 노르웨이, 스웨덴 업체들이며 최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마케팅도 위협 요인"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테크로스와 파나시아가 세계 3대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테크로스는 전기분해 방식을, 파나시아는 자외선 투사 방식을 사용한다. 두 회사의 누적기준 수주 건수는 각각 1100여건을 넘는다. 점유율은 수주 기준으로 12~13%, 납품 기준으론 20%안팎으로 추정된다. 엔케이도 주요업체다.

조선 3사 중에서는 현대중공업(009540)만 유일하게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직접 만든다. 삼성중공업은 이 장치를 생산하다가 지난 9월 사업부를 '에스엔시스(S&SYS)'로 분사했다. 에스엔시스가 삼성중공업 외 다른 조선, 해운업체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자재 업체로부터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구입해 사용한다.

한 기자재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 건조하는 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황에서 한국에서 만든 평형수처리장치를 사용하면 그만큼 운송비가 절약돼 국내 기업 제품이 선호됐다”며 “한국산 평형수처리장치의 기술력이 검증되면서 해외 고객사 주문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계 시장을 계속 선도하려면 엄격한 기준으로 전세계 4개 업체만 통과한 미국 별도의 USCG(미국해안경비대) 형식승인을 서둘러 받아야 신뢰를 얻게된다”며 “핵심부품 국산화를 포함한 기술 내실화, 지속적인 네트워크 확장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선주 신뢰감 얻기 위해 미국 USCG 인증 필요"

미국은 자국의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IMO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발효와 별개로 USCG의 형식 승인을 받은 평형수처리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 USCG의 형식 승인을 받느냐가 세계시장에서 신뢰감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며 “선주사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항해하지 않더라도 상징적으로라도 USCG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USCG 승인을 받는 것은 IMO 승인보다 까다롭다. 성능기준은 동일하지만 USCG 승인을 받기 위해선 육상 및 해상시험을 연속 5회 통과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USCG 형식 승인을 받은 곳은 노르웨이 옵티마린과 오션세이버, 스웨덴 알파라발, 중국 순루이 4곳뿐이다. 다만 가장 먼저 USCG 형식승인을 받은 오션세이버는 최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했다. 한국은 세계평형수처리장치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USCG의 형식 승인을 받은 곳은 아직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연내, 테크로스는 내년 1분기, 파나시아는 내년 상반기 중 USCG 형식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MS·Ballast Water Management System)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무게 중심을 낮춰 균형을 잡기 위해 탱크에 담는 바닷물이다. 화물을 선적하면 싣고 있던 바닷물을 버리고 화물을 내리면 다시 집어넣어 균형을 잡는데, 이때 수천 여 종의 해양 생물이 이동하고 이 해양 생물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는 전기분해, 자외선 투사, 화학약품처리 등의 방식을 사용해 미생물을 살균하는 역할을 한다. IMO는 평형수로 인한 해양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2004년 평형수관리협약(BWMC)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