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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환경규제]③ '역사상 가장 강력' SOx 배출 규제…시행 2년 남기고 고민하는 해운업계
등록일
2017-11-01
조회수
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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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unBiz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세계 모든 해역을 지나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강화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해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해운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사안이 복잡하다보니 현대상선, 팬오션을 포함한 국내 선사 대부분은 황산화물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한 대응법은 현재 쓰고 있는 고유황유보다 50%가량 비싼 저유황유를 쓰는 방안, 고유황유를 계속 쓰면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설치하는 방법,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는 LNG연료선박을 건조하는 방법 등 3가지다.

저유황유를 쓰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고유황유보다 50% 비싸기 때문에 선사에 큰 부담이 된다. 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 이후 더 비싸질 가능성도 있다. 스크러버는 고유황유를 계속 쓸 수 있지만, 투자비가 들어갈 뿐 아니라 설치하는데 10개월가량 소요된다. LNG연료선박은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선박을 새로 건조해야 하기 때문에 거액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LNG 충전설비도 충분하지 않다. 또 LNG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메탄가스 배출 문제도 남아 있다.

저유황유 사용, 스크러버 설치, LNG연료선박 건조는 방안별로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것 하나만 정답이라고 볼 순 없다. 선박 운항일정, 항해구역, 화물, 선종, 선령 등 각 해운사가 운영하는 선박의 특징에 따라 경제성 있는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규제가 시행된 이후 저유황유, LNG 등 대체연료 가격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도 중요한 변수다.

부산 미음산업단지 파나시아 공장에 설치된 스크러버 성능검증설비 /조지원 기자

 


현대상선, 팬오션 등 국내 선사들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은 가장 경제성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검토하기 위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규제 시행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실무진에서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겠다고 일정을 계획해서 보고해도 경영진이 결재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 세계 1위 머스크라인은 이미 결정…아시아 선사들은 규제 연기 희망

국내 선사들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라인은 이미 대체연료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스크러버 설치가 높은 보수비용과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환경보호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했다. 해운업계는 머스크라인이 황 함유율이 0.1%인 저유황유를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머스크라인 관계자는 “스크러버 설치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복잡한 기계를 선박에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스크러버 설치가 선대 발전 방향과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체연료를 사용해 황산화물 규제를 준수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소브콤플로트로부터 수주한 LNG추진 유조선 조감도.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머스크라인과 함께 해운 얼라이언스 2M에 소속돼 있는 세계 2위 선사 MSC는 스크러버 설치 방식을 선택했다. MSC는 지난 9월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컨테이너선박 6척을 LNG연료선박으로 하기로 했다가 지난 10일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계약 내용을 바꿨다. 이에 따라 계약금액도 1조1181억원에서 9407억원으로 1774억원 줄었다.

머스크라인과 MSC가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선수를 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과 미주 일부 지역은 이미 배출규제지역(ECA)으로 지정돼 황 함유율이 0.1%인 선박연료유를 쓰고 있다. 아시아 선사보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대한 준비가 돼있는 유럽 선사들은 규제 지역이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

선사들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IMO가 규제를 무리하게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7월 선사들의 부담을 이유로 현존선에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시기를 2년 늦춘 것처럼 황산화물 배출 규제도 연기하길 내심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강화를 바라는 유럽국가들의 반대 때문에 연기될 가능성은 낮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라인이 시장 지배력과 투자 여력이 있기 때문에 규제가 더욱 강화돼 이를 맞출 수 없는 선사들이 퇴출되길 바라고 있다”며 “반면 아시아 선사들은 유럽 선사에 비해 준비가 덜 됐기 때문에 일부러 대응 속도를 늦추며 규제가 연기되길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 조선업계는 비싼 LNG연료선박 발주 기대…정부도 LNG연료선박 시범사업 추진

조선업계는 환경 규제로 인해 신규 선박 발주가 많아지길 바라고 있다. 특히 기존 선박보다 값비싼 LNG연료선박이 발주되길 기대하고 있다. LNG연료선박은 선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존 선박보다 1000만~1500만달러(110억~170억원) 비싸다. LNG를 담을 연료탱크를 새로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연료 추진 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등 국내 조선소들은 규제 흐름상 향후 LNG연료선박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을 미리 개발해 확보해 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스크러버를 설치하든 LNG를 연료로 쓰든 신조 선박 발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비싼 LNG연료선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개발한 LNG 추진 광선운반선 및 연료탱크 조감도 /대우조선해양 제공

 

정부도 조선‧해운‧항만 상생을 고려해 ‘LNG 추진선박 연관 산업 육성단’을 조직하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포스코가 검토 중인 18만톤급 LNG 추진선 도입 시범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포스코, 가스공사, 한국선급, 산업은행, LNG벙커링산업협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8개 기관이 협력 중이다.

하지만 다른 국내 선사들은 신조 발주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LNG 충전설비 등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이 결국 조선업계 지원이 될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조선업계는 내년 상반기는 돼야 LNG연료선박이 본격적으로 발주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서 정유업계의 상황도 중요하다. 국내 정유업계가 저유황유를 충분히 생산해야 선사들이 안정적으로 저유황유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유업체는 고유황유를 일정량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사가 고유황유를 쓸 수 있게 스크러버 설치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부 정유업체가 스크러버 생산업체와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상안전연구실장은 “IMO가 황 함유량을 3.5%에서 0.5%로 낮추는 것은 결국 나중엔 화석연료를 쓰지 말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며 “선박 수명이 30년인 것을 감안해 2025년 이후 규제가 어떻게 될지 멀리 내다보고 LNG 연료 등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 노하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