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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환경규제] ① 기회인가 위기인가...조선기자재업체 파나시아 가보니
등록일
2017-10-30
조회수
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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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unBiz

 

선박 연료유 황산화물 함유량 감축 등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관련 환경 규제가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강화된다. 선박 환경 규제는 조선업종에는 일감을 늘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배를 소유한 선사로선 추가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만 노후 선박의 폐선 시기가 앞당겨지면 운임 상승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조선 및 해운 업계에 주요 변수로 떠오른 IMO 환경 규제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위치한 세계 2위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업체 파나시아. 조선기자재업체들이 모여있는 미음산업단지는 최근 몇년간 이어진 조선업 불황 여파로 침체된 분위기였으나 파나시아는 예외였다. 파나시아 영업팀 관계자는 “국내외 선주로부터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Ballast Water Treatment System)와 탈황장치(스크러버·Scrubber) 견적을 묻는 연락을 매일 받고 있다"며 “계약 관계로 해외 출장도 자주 다닌다"고 말했다.

파나시아 조립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파란색 안전모에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에 필요한 전선을 설치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직원들 옆에는 출고를 앞둔 선박평형수처리장치 10여기가 보였다. 설비마다 고객사, 선박번호, 모델명이 적혀 있었다. H사 등 국내 조선소나 D상선·K상선 등 국내 선사는 물론이고 일본 S조선소 등 수출 제품도 눈에 띄었다.

UN(국제연합) 산하기관인 IMO(국제해사기구)의 선박 환경 규제를 앞두고 관련 조선 기자재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선주들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나 현대 대우 삼성 등 ‘빅3’ 조선사들이 또다시 호황을 맞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IMO는 선박평형수 주입과 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등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살균 처리 설비 설치를 강제화하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지난 9월 8일 발효했다. 새로 건조되는 신조선은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다만 협약 발효 전 건조된 선박(현존선)의 설치 기한은 2022년에서 2024년으로 2년 연장했다.

IMO는 또 2020년부터 선박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세계 모든 해역을 지나는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하기로 했다. 선주는 스크러버 설치, 기존 연료 가격보다 50% 비싼 저유황유 사용,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선박으로 교체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지난 26일 부산시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내 파나시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선박평형수처리장치에 전선을 고정하고 있다. /조지원 기자

 

◆ 선박평형수·황산화물 규제로 조선기자재업체 시장 확대

파나시아와 같은 선박 환경 기자재 업체들은 일반 기자재 업체와는 달리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파나시아는 2009년 12월 정부로부터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승인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1180척의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수주했다. 이중 절반 가량인 580척 분량을 최근 3년 사이에 수주했다. 이미 780척에 들어갈 분량을 납품했고, 400척 분량을 제작 중이다.

또 다른 국내 대표 선박평형수처리장치업체인 테크로스도 1000척 이상의 납품실적을 보유 중이다.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엔케이(085310)등도 선박평형수처리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현존선의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시장 규모를 40조원으로 추정했다. 파나시아 관계자는 “IMO 환경 규제는 우리에게 곧 기회”라며 “초반에 시장을 장악한다면 수십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 미음산업단지 파나시아 공장에 설치된 스크러버 성능검증설비 /조지원 기자

 

황산화물 배출 규제도 조선 업계에 기회로 다가왔다.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 농도를 낮춰주는 스크러버는 선박평형수처리장치보다 덩치도 크고 가격도 비싸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가 1억~8억원 수준인데 반해 스크러버는 가장 싼 것이 10억원 안팎이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와 달리 모든 선박이 스크러버를 꼭 설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당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

황산화물 배출 규제는 발효 시기가 확정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진출한 업체가 많지 않다. 파나시아는 지난 6월 국내 해운업체의 신조 유조선 3척에 국내 최초로 황산화물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했다. 세진중공업, 광성 등 선박기자재업체들도 스크러버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LNG 연료 선박(LNG추진선박)을 건조하는 방식도 거론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LNG 추진선박 연관 산업 육성단’을 구성해 18만톤급 LNG 연료 선박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포스코, 가스공사, 한국선급 등 8개 기관과 함께 진행 중이다. LNG 연료 선박은 건조비용이 다른 선박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국내 조선업계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지난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코마린2017에서 글로벌 조선기자재업체 알파라발이 운영하는 부스를 둘러보는 관계자들 /조지원 기자

 

◆ 조선업계 “새 선박 발주 늘 것”…해운업계 “규제에 부담”

지난 2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조선·해양 산업전(코마린 2017)’에서도 IMO 환경 규제에 기대를 품고 있는 조선업계 관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반면 해운사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기자재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은 우리를 보고 싶지 않겠지만 규제를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선주를 만날 때마다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선사 입장에서 폐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노후선박에 친환경 설비를 투자하는 것은 이를 회수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운영비용이 계속 들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따라서 폐선 시기를 조금 더 앞당기고, 새로운 친환경선박을 발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선박 공급과잉으로 지난해 바닥을 쳤던 운임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규제까지 강화될 경우 설비 투자비 등에 대한 추가 부담이 고민이다. 1억~8억원 수준인 선박평형수처리장치도 설치하는 일도 주저하고 있는데, 최소 20억원(설비가격에 설치비용까지 합친 가격)이 들어가는 스크러버 설치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용선(빌려쓰는 선박)일 경우 선주와의 비용 분담 문제도 불씨로 남아 있다. 해운사들은 친환경 설비를 설치하면 선박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선주도 비용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IMO 환경 규제가 반드시 해운업계에 악재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선주들이 노후 선박을 대거 없애면 배가 많이 사라져 공급과잉 해소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과잉이 해 소되면 운임이 올라 해운사들도 이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것이 해운사들의 지상 과제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환경규제는 조선업체에는 기회, 해운업체에는 위기”라며 “다만 두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에는 기회가 되고 쫓아가기에 급급한 업체에는 시장을 놓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