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를 찾아서 <4> 파나시아
자동화 공정 본 선주 무조건 발주 … “우리 공장 최고의 마케터”
-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생산업체 - 유리성형·접합 등에 로봇 도입- 제작 과정 모두 데이터로 남아 - 핵심 부품 불량률 85% 감소- 품질개선에 원가 경쟁력 확보 - ICT 관제 시스템 구현 계획도2015년 영국 롤스로이스 공장을 견학하던 파나시아 이수태(63) 대표는 무릎을 ‘탁’ 쳤다. 집채같은 큰 기계 3대를 1명이 다루고 있었다. 1명도 기계를 관리하는 역할을 할 뿐 일은 모두 기계들이 전담했다. 각 기계는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돼 스스로 일했다. 공장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에어컨을 작동해 온도를 낮추는 등 모든 게 자동화였다. 스마트팩토리를 처음 본 이 대표는 그 길로 자신이 설립한 조선기자재 업체 파나시아에서도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했다. |
파나시아 직원이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본사에서 자외선(UV)램프를 만들고 있는 스마트 로봇을 지켜보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체 파나시아는 2015년부터 스마트팩토리의 가능성을 보고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도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이 대표는 “그때 스마트팩토리를 처음 봤는데 깜짝 놀랐다. 이후 일본 한 맥주 공장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원자재를 가공해 맥주를 만들어 포장까지 거쳐 트럭에 싣는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1989년 10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생산하는 조선기자재 업체인 파나시아를 설립했다. 창립 29년째를 맞은 파나시아는 자신의 기술로 선박용 황산화물 저감 장비 스크러버를 개발해 납품 중이기도 하다. 스크러버는 해수를 이용해 선박에서 나오는 오염된 공기 속 황산화물을 정화한다.■하루 80개에서 300개로 |
파나시아 이수태 대표. 서순용 선임기자 |
지난 11일 부산 강서구 파나시아 본사. 로봇이 얇고 투명한 유리관을 잡고 이동시켰다. 유리관에는 또 다른 로봇이 가져온 필라멘트가 붙여졌다. 스마트 공정을 도입하기 전에는 사람이 유리 성형·접합·열처리 등을 손으로 직접 했지만, 이제는 모든 과정이 스마트 공정으로 이뤄진다. 파나시아는 부산테크노파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본부 등의 지원으로 스마트 공정을 도입했다.파나시아는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해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에서 살균 역할을 하는 자외선(UV)램프를 생산하고 있다. UV 램프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에서 핵심 부품이다. 파나시아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는 2단계에 걸쳐 선박평형수 내 해양유기물을 사멸한다. 우선 필터로 물속 입자 50마이크로미터(㎛) 이상을 걸러낸다. 이어 자외선 살균 기능의 UV 램프로 박테리아 등 해양유기물을 말끔하게 없애 선박평형수를 바다로 내보낸다.스마트 공정으로 7명의 숙련공이 하루 80개 생산하던 UV 램프는 이제 300개로 늘어났다. 램프 제작 과정이 모두 데이터로 남아 불량률도 85%나 감소했다. 파나시아는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 개선을 통해 제조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다고 직원 수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 우리는 예전에도 UV 램프 공정 투입 직원이 7명이었고 지금도 7명이다”며 “또 옛날에도 자동화 설비가 있었지만 스마트팩토리에서 자동화는 의미가 다르다. 기계들이 움직이면서 데이터를 쌓고 딥 러닝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게 스마트팩토리다”고 강조했다.■스마트팩토리가 답이다파나시아는 올해부터 2년 동안 부산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유명환 교수팀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UV 램프 생산현장 환경데이터 수집 및 램프 기대수명 예측’이란 주제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UV 램프 생산 공정에 설치된 센서, UV 램프 운용 센서 등을 활용해 자료를 수집한다.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쓰이는지에 따라 기대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품 생산성 등을 높이고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스마트팩토리는 공동연구 외에도 KT와의 5G 접목도 추진 중이다. 파나시아는 위성해상관제시스템(PAN-MSCS)을 통해 선박에 설치된 파나시아 제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 해 문제 발생 시 실시간으로 진단해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ICT 기반 관제 시스템을 구현할 예정이다. 선박 내 설치된 파나시아 조선기자재의 센서에서 나온 신호는 인공위성을 통해 파나시아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파나시아는 이를 5G 기술로 만들 계획이다.스마트 공장이 가져다준 새로운 세상에 대해 파나시아 직원들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선주 등 해외 바이어가 파나시아의 공장에서 로봇 팔 등 핵심 공정을 보고 가면 무조건 발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생산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도 바이어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이 대표는 “스마트팩토리가 최고의 영업사원이자 마케터다. 또 이를 본 지역 인재들이 파나시아로 몰려든다. 앞으로도 30억 원 정도를 추가 투입해 스마트공장을 고도화시킬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