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행복경영
배타심과 이기심 가득한 갈등공화국
나눔과 배려로 타인과 소통하면 행복공화국 될 것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방탄 차량 대신 소형 승용차와 KTX를 타고 이동했고, 일정 중간중간 차를 멈추고 아이와 스킨십을 보여줬으며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을 귀국 비행기 안에서도 달고 있었다. 탈권위적인 행보를 통해 가톨릭 신자는 물론 종교적 믿음을 달리하는 비신자들까지 소외계층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심이 깃든 리더십에 열광하였다.
역사적으로 조선시대의 당쟁정치로 대표되었던 노론·소론 간 대립 등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대립하는 구도에 익숙하다. 정치적으로 여야 대립, 기업의 노사 대립, 사회의 세대 간 갈등으로 나누어진 이원화된 구조는 서로 간 토론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이룩하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배타적이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갈등이 심화되어 타협을 모르고 자기 것을 관철시키기에만 급급하기 쉽다. 그야말로 갈등공화국에 살고 있는 한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오르고 생활이 개선되더라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를 보면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의 계영배(戒盈杯)는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게 만들어졌는데, 과욕을 하지 말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 계영배처럼 욕심을 끝까지 내기보다 30퍼센트 정도 손해 보는 것이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라는 타협의 미학을 따라보는 것은 어떨까? 30퍼센트를 버리고 70퍼센트를 얻음으로써 꽉 채워지진 않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며 더 행복해지고 여유 있게 될 것이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고 조금 부족함이 좋은 것을 깨달아 조급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타협의 미학은 기업 현장에서도 미룰 수 없는 실천과제이다. '3년 송사에 집안이 망한다'는 말처럼 갈등과 분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게 마련이다. 기업이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가 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볼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안 통하면 아프다)'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소통하는 리더의 모습으로 가족과 같이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존중과 신뢰로 가득 찬 '친가족 경영', 이른바 '행복경영'의 실천이 필요하다. 이는 좋은 인재를 뽑는 게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더 중요하다. 직원들의 행복지수가 곧 직장 분위기를 좌우하며 주인의식과 창의력을 높여 생산성 향상과 이익신장은 물론 비전의 공유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행복을 부르는 주문으로 '미용고사' 라는 말이 있다. 즉 모든 일에 남을 탓하기보다는 내 탓을 한다는 뜻으로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외치면 행복을 실천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필자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오래전부터 '칭찬합시다! (Good Job!)' 운동을 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작은 성과나 일에도 칭찬과 격려를 해주며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이 업무의욕과 성과를 높이게 되고 모든 면에서 회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지향하고 있는 세계적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성과급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신바람 나는 직장,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위대한 직장(Great Work Place) 이전에 행복한 일터(Happy Work Place)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소득과 행복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처럼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취미생활과 자기개발을 통해 자아실현과 성취감을 맛보고 일과 가정을 병행하도록 친가족경영, 나아가 행복경영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남을 배려하고 작은 감사를 전파하면 행복경영을 이루어 갈 수 있다. 미국의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눈 욕구위계설을 주장했고, 그의 제자들이 3단계를 더해 8단계까지 확장했다. 추가된 6단계는 심미적 욕구, 7단계는 자아실현 욕구, 8단계는 다른 사람이 자아실현을 이루도록 돕는 욕구이다. 인간의 욕구 중 8단계의 이타심은 남을 먼저 배려하고 다가가는 '이타자리(利他自利)'의 정신과 같이 나눔과 배려를 통해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근본이 되어준다. 자신을 버리고 타인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문화의 정착으로 사회의 발전과 선순환이 일어난다. 또한 기업현장에서의 창조력이 고양되고 기업 발전과 건강한 노사문화가 정착되어 행복한 일터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년 갈등공화국에서 행복공화국으로 사회의 틀(Social Framework)을 만들어 갈 때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고,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진정한 행복경영 시대가 올 것이다.
파나시아 회장·부산울산기술혁신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