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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력은 일종의 예지 능력이다. 경영에서 최고 결정권자의 통찰력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시장 변화를 읽고 어떤 상품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지, 위기 요인은 무엇인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있는 ㈜파나시아는 조선업의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한 부산 대표 강소기업이다. '환경'과 '스마트'를 미래 전략 키워드로 삼아 조선 설비를 만들어온 전문 기업이다. 살균 기능을 갖춘 선박평형수 처리시설이 주력 상품이고, 한 해 매출은 600억~800억 원을 오간다.
400만 원으로 회사 설립
선박 오일 공급량 제어기
매연 절감 탈진 시스템
선도 개발 통해 성장 거듭
평형수 살균 처리장치
신규 선박 의무화 조치로
연 매출 800억 원대 달성
"위기·기회 내다보는 통찰력
기업가가 갖춰야 할 덕목"
㈜파나시아 이수태 대표의 말이다. "조선해운업의 위기가 현실화되었지만, 우리 회사는 더 바빠졌습니다. 해양조선 분야에서 친환경·스마트 기술이 핵심 키워드인데, 우리가 전문입니다. 그 덕에 위기 속에서도 길이 보이고 더 바빠진 겁니다."
1989년 회사를 설립한 이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학을 전공한 후 현대중공업 설계분야에서 6년여를 근무한 뒤 창업했다. 이 대표는 "당시 자본금은 400만 원에 불과했다. 반지하 동네 점포에서 시작했는데, 직원은 나까지 3명이었다"며 회상했다.
무일푼 창업이었지만 초기에도 회사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렸다. 첫 작품은 선박 오일 공급기용 '경보 자동 제어기'였다. 선박 탱크에 오일을 주입할 때 넘치기 전 경고를 해주는 기계로, 얼마 뒤 이 시스템 채택이 법적으로 의무화됐다. 앞을 내다보고 제품을 만든 셈이다.
이 대표는 "그 당시 선박에 오일을 채우다 넘치는 사고가 빈발했다"며 "곧 이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그래서 경보 시스템이 달린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선박용 자동 제어 시스템을 대형 조선사에 납품했지만, 언젠가부터 성장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아이템이 절실했다.
1997년 ㈜파나시아는 매연 절감 설비인 산업용 탈질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들렀다가 "대기업에서 탈질 촉매를 개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거다 싶고 바로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환경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규제가 강화될 수밖에 없었다. 새 시장이 열릴 것으로 확신했다"며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보니, 여러 대학 교수를 찾아 조언을 듣고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모든 걸 혼자 할 수 없을 때 주변의 도움을 얻는 것도 중요한 경영기술이다. 그게 네트워킹이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파나시아는 친환경 기술을 놓치지 않고 기술력을 쌓아갔다. 2007년 파나시아는 살균 기능이 가미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개발했다. 바다에 배출되는 평형수를 필터로 거르고 자외선(UV)으로 살균하는 장치다. 오징어잡이 배 전용 램프를 가내수공업으로 만들던 기술자를 찾아내 해외 연수까지 시키면서 UV 램프를 개발했다.
국제해사기구는 2010년부터 모든 신규 선박에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이에 따라 주문이 쇄도했다. 이후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금의 ㈜파나시아가 되었다. 이 대표는 "곧 기존 선박에도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가 의무화된다. 큰 시장이 열린다. 조선업 위기 속에서도 파나시아가 새 도약을 기대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결국 ㈜파나시아가 중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주변 상황의 큰 흐름을 읽고 거기에 맞는 기술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통찰력의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기업가의 덕목으로 VIP를 내세운다"며 "비전(Vision), 통찰력(Insight), 철학(Philosophy)을 두루 갖춰야 좋은 기업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찰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독서를 강조한다. 직간접 경험을 쌓아야, 좀 더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남이 못 보는 기회를 포착하는 게 안목이 높은 것이다"라며 "기업가의 판단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기에, 통찰력이 기업가의 첫 번째 덕목이다"라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